학교에서 진행한 해커톤에 무박으로 이틀간 참여하고 돌아왔다.
해커톤이라는 걸 그래도 한 번쯤은 해봐야지? 싶어서 공고를 보고 막연하게 지원하게 되었다.
나의 기대와는 달랐던 점들, 진행하며 느낀 바, 배운 점들을 기억이 생생할 때 기록해보고자 왔다.
본인의 해커톤에 대한 인식은, 적은 시간 내에 빠르게 무엇을 개발해내는 모습? 정도였는데,
이건 너무 나이브한 접근이었고.
내가 경험한 주된 내용은 "팀플레이", "기획", "디자인", 그리고 "세일즈"였다.
물론 이것은 참가자들이 이곳에서 무엇을 얻어가고자 하는지에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다.
본인의 경우는 신선한 개발 경험을 찾아온 것이었는데.. 다른 의미로 신선하긴 했다. 이 내용은 마지막에 나온다.
대회는 이렇게 진행됐다.
이 해커톤의 주제인 탄소 중립과 넷 제로에 대해 간단한 키노트 강연을 진행했고, 해결할 두 가지 토픽이 제시되었다.
A. ICT 스마트홈 시스템을 이용한 저전력 고효율 어플리케이션
B. 제로웨이스트 어플리케이션
나의 팀은 4명으로 구성되었는데, 실제 서비스 개발 역량이 있는 팀원은 나를 포함한 2명이었다.
아이디어 회의는 아주 길게 진행되었는데, 당일 오전부터 다음날 새벽까지였다.
팀원 전체가 납득할 만한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 너무나 오래 걸렸고, 나는 이 상황이 너무 싫었다.
왜냐면 나는 창업하러 온 게 아니라 개발 경험하러 온 거거든.
(이건 무턱대고 그냥 "개발"하려 해커톤 참가한 내 책임이긴 하지만..)
특정 팀원 한 분이 제시된 모든 아이디어에 대해 지속적으로 납득하지 못하셨고,
거기다가 그 분이 리더 역할을 도맡아 하셨다.
나로써는 계속 한 사람 때문에 특정 지점에 정체되는 느낌을 겪었다.
그렇게 시간은 새벽 3~4시가 되었다.
겨우겨우 정한 팀 아이디어는 멘토들에게 신랄하게 까인 직후 불안한 상태, 개발 시간은 채 5시간도 남지 않았다.
이 지점에서 해커톤에 대한 내 경험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더 최악으로 내달릴 수 있다는 것을 모른채)
팀원들이 서로 어떤 기능이 포함되었는지 아닌지 정확히도 모르는 상황에서 개발에 착수했다.
그것도 개발 인원은 단 두 명.
나는 빠른 개발에 강한 타입이 아니다. 급하게 구축한 프론트엔드는 퍼블리싱조차 엉망이었다.
이 부분은 내가 어느정도 준비를 해가야 했던게 맞았다.
빈 몸에 노트북만 들고 훌쩍 가서 세련된 어플을 만들어버릴 작정이었던 건가?
UX/UI 디자인에 강하지도 않은 내가 디자인까지 도맡아서?
기본적인 퍼블리싱 준비를 해놓고, 프로젝트 환경 설정을 미리 해놓아야 했다. 만용이었다.
앞으로 내가 해커톤을 다시 할 지도 솔직히 모르겠지만..
대회로 돌아와서, 개발은 진행이 되었다.
대회에서 요구한 AWS 서비스 멕시멈 활용은 커녕 EC2도 제출 5분 전에 겨우 셋업이 완료되었다.
프론트-백 통신도 GET 요청 하나만 되는 상황이었고, 그렇게 제출은 마무리가 되었다.
각 팀들이 차례대로 발표를 시작했다. 인상적인 팀들도 많았다.
우리 팀의 차례인 마지막 차례가 다가왔다.
초~중반부 아이디어 설명의 발표를 다른 팀원 분이 해주시고 기술 관련 부분과 시연 영상, 마무리를 내가 맡았다.
솔직히 맡아달라고 요청하셔서 별 생각 없이 맡았는데,
수많은 관중들 앞에서 초라한 기술 환경과 퍼블리싱조차 안된 미완성 제품을 발표하는 경험은 정말 최악이었다.
넘겨받은 발표 자체도 말아먹었지만. (팀원 분들 죄송합니다 ㅠㅠ)
발표가 끝나고 내가 느낀 관중의 반응은 "와... 뭐지 이건?"이었고, 심사위원들도 그저 그런 반응이었다.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찾은, 진심으로 좋아하고 잘해보고 싶은 컴퓨터 개발 분야에서..
내 얼굴을 내걸고 내 개발물에 대해 이렇게 평가 받는 경험은........ "신선한 개발 경험"이었다. 하하
좋은 경험이었다.
팀플레이에 대해 배웠다.
많은 팀들의 아이디어가 멘토링에 갈려나가는 모습들을 보며 역시 기획은 너무나 어렵구나.. 라고 느꼈다.
그런 와중에도 문제 해결을 멋지게 해내는 팀들을 보며 감탄했다.
그리고 아직 너무나 많이 부족한 나를 자책했다.
느리더라도, 제대로,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자.